『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처음 읽을 때는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전반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한 사람의 업적을 따라가는 내용처럼 보였고, 왜 이렇게 한 인물의 성공과 집념을 길게 설명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물고기를 분류하고, 표본을 모으고, 무너진 연구 자료를 다시 정리하는 모습은 대단하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이 책이 한 과학자의 끈기와 성취를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책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조던이라는 인물은 단순히 존경할 만한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가 세상을 분류하고 질서를 세우려 했던 태도는 어느 순간 인간을 분류하고, 우열을 가르고, 누군가의 삶을 낮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전반부에서 쌓아 올린 긍정적인 인상이 후반부에서 조금씩 뒤집히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한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바로 그 반전에 있다. 우리는 보통 주어진 정보만 보고 판단한다. 누군가가 성실하고, 성공했고,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는 정보를 먼저 접하면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대로 어떤 단점이나 문제를 먼저 알게 되면 그 사람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한 방향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업적 뒤에 다른 이면이 있을 수 있고,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모순이 시간이 지나 드러날 수도 있다. 물고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물고기’라는 이름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당연한 분류조차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기준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이름 붙이고 분류한다고 해서, 그것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더 이상 깊이 보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점이 사람을 판단하는 방식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과학에 관한 책이 아니라, 판단에 관한 책처럼 읽혔다. 사람을 볼 때도, 사건을 볼 때도, 세상을 볼 때도 우리는 늘 일부 정보만 가진 상태에서 판단한다. 문제는 그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는 것이다. 처음 알게 된 정보가 전부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런 성급한 확신을 조심하라고 말하는 듯했다. 특히 조던의 삶을 통해 느낀 것은, 집념과 성취가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은 분명 강점이지만, 그 힘이 잘못된 믿음과 결합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자기 기준이 너무 강한 사람은 세상을 정리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세상의 복잡함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이 책은 성공한 사람의 이면에도 반드시 질문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읽고 나서 남은 생각은 단순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처음 받은 정보만으로 판단하고 있었을까. 사람을 볼 때도, 어떤 상황을 해석할 때도,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한 적이 많았을 것이다. 알고 보면 사람에게도, 사건에도, 심지어 물고기라는 분류에도 다른 이면과 반전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을 더 많이 알게 해준 책이라기보다,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을 의심하게 만든 책이었다. 결국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상을 너무 빨리 정리하려는 태도에 제동을 건다. 사람도, 자연도, 삶도 하나의 이름이나 정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졌던 전반부조차 후반부의 반전을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남은 판단 기준은 하나다. 어떤 대상을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말 것. 내가 본 것은 전체가 아니라 일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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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밀러
곰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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